
롯데 이대호가 근 한 달 가까이 이어오던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대호는 27일 사직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5타점의 맹활약으로 만원을 이룬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길고 긴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이대호가 시도한 그간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슬럼프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이를 벗어나는 방법과 계기도 또한 여러가지다.
◇슬럼프의 원인은 두 가지
슬럼프(slump)란 단어는 노르웨이어인 ‘slumpa’(떨어지다. 하락하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선수들마다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크게 기술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아오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무엇이 먼저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해 슬럼프를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한동안 기술적인 결함으로 공을 맞히는데 애를 먹더니 주위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평정심이 무너졌고. 결국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말았다.
◇기술적 처방이 우선
슬럼프에 빠진 타자는 가장 먼저 감독이나 타격코치의 기술적인 처방을 받게된다. 이대호의 슬럼프 탈출을 도왔던 롯데 김무관 코치는
“대호가 한참 나빴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나쁜 공에 자꾸 배트가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나쁜 공을 치려다보니 몸 전체로 공을 대처하지 않아 얼굴이 먼저 돌아가고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타이밍을 빼앗기고 오버스윙만 일삼았다”고 진단했다. 이대호는 최근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잘 맞던 때의 비디오를 보며 부진 이유를 찾으려 애쓰기도 했다.
◇뭐든지 바꿔라
그러나 처방대로 해도 슬럼프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훈련 방법에 변화를 줘 보는 방법이 있다. 지난 2006년 시즌 중반이 넘도록 타율 2할대 초반에 4홈런에 그쳤던 한화
김태균은 “당시 뭔가 바꾸려고 노력했다. 연습량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줬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평소와 다른 훈련을 통해 어떤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SBS의
김용희 해설위원은
“과거처럼 안 맞을 때 무조건 스윙 연습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차라리 며칠 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단순해 져라
김무관 코치는
“이대호도 그렇지만 부진에 빠진 타자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만 급해지다보니 타석에서 머리 속이 복잡해 진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자기가 칠 공만 기다려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타석에서 공을 치면서 어떻게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할수 있는가? (How the hell are you going to think and hit at the same time?)”
정진구기자 jingoo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