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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ARTICLE

버스정류장의 시들

 

 내이름은 콘트라베이스 입니다.

 이철환

 

내이름은 콘트라베이스 입니다.

나는 늘 오케스트라 무대 뒷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나는 바이올린이나 첼로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높고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내게도 소중한 역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맡은 역활은 고음이 아니라 저음입니다.

저음이 있어야 고음도 빛날 수 있습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다른 악기들과 멋진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아름다운 노래도 들려줄 수 있습니다.

내이름은 콘트라베이스 입니다.

청중석에 앉아 있는 당신과 가장 멀리 있지만,

그래서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고 싶은

내이름은 콘트라베이스 입니다.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으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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