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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ARTICLE

(스크랩)포수가 보는 타자의 약점 잡기

[SC 매거진] 포수가 보는 타자의 약점 잡기

 투수들은 일단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부터 감시당하고 분석당한다. 새로 등장한 신인이나 용병 투수가 눈에 띄는 습관을 갖고 있다면 요즘 한국프로야구에선 몇게임 못가 상대팀 전력 보고서에 오른다.

 그런데 거꾸로 타자의 타격 스타일도 분석당한다. 타자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 어떤 스윙 궤적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 이에 따라 볼배합을 달리 한다. 야구중계를 유심히 보면 포수가 타자를 곁눈질로 끊임없이 쳐다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타자의 쿠세를 잡기 위해서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순간, 마스크를 썼던 삼성 포수 진갑용은 이같은 타자 분석과 그에 따른 임기응변에 뛰어난 포수중 한명이다. 진갑용은 어떤 식으로 타자를 관찰하고 대응할까.

 진갑용이 강조한 부분은 방망이의 각도다. " 각도가 처져서 배트가 나온다면 타자는 몸쪽에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타자에겐 승부구로 몸쪽을 주문한다 " 고 밝혔다. 반대로 배트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가 스윙을 시작하는 타자는 직구를 잘 친다고 한다.

 평소 배트를 세워 치는 스타일의 타자가 어느날 갑자기 배트가 처져있다면 이는 슬럼프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진갑용은 설명했다. 이런 경우엔 타자가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던져도 잘 못치기 때문에 투수에게 적극적으로 승부하도록 유도한다.

 삼성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타자 스탠스에 따른 차이점을 설명했다. 오픈스탠스를 취하는 타자는 대부분 " 나는 몸쪽이 약하다 " 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웃코스를 커버하는데 자신있지만, 몸쪽은 취약하다. 반면 정반대의 크로스 스탠스 타자들은 몸쪽에 자신있기에 취약한 아웃코스쪽을 대비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 코치는 " 상체가 앞으로 쏠린 타자는 대부분 직구 노림수를 갖고 있다. 체중이 뒤쪽에 많이 남아있는 타자는 변화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 " 이라고 말했다.

 직구를 잘 받아치는 타자에겐 투수가 변화구 승부를 많이 하게 마련. 이때 타자도 적응하기 위해 어느 순간 뒤쪽에 중심을 두는 스타일에 치중하게 되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역으로 빠른 볼 승부를 하는 게 포수의 수읽기다.

 결국 한 방향을 보고 있는 포수와 타자간 싸움은 누가 타이밍을 빼앗고, 빼앗기지 않는지를 겨루는 심리 게임과 비슷하다. 포수는 타자가 서있는 방식, 방망이 각도 등을 보고 투수에게 구질과 코스를 정해준다. 안쪽, 바깥쪽, 직구, 변화구를 섞어던지면서 최종 목표는 타자가 중심을 잃도록 해 제 스윙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과정에서 '투수는 몸쪽 공을 던질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명제가 다시금 증명되곤 한다.

  < 김남형 기자 scblog.chosun.com/star22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