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생각이 바뀌었다. 성격이 바뀌었다. 그리고 성적이 바뀌었다.
장원준(롯데)이 200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장원준은 27일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다. 롯데는 장원준의 호투와 5회 집중된 5득점을 앞세워 7-3으로 승리. 이날 승리로 시즌 10승(7패)째를 거둔 장원준은
류현진(한화),
이재우(두산)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3위로도 떠올랐다.
▲ 롤러코스터 투구의 대표주자였던 장원준지난 시즌까지 '장원준'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롤러코스터'였다. 호투하는 날에는 완투도 어렵지 않게 하지만 경기 초반 무너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이는 기록으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시즌 장원준이 선발 등판한 경기는 모두 28차례. 그 중 5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17경기, 5이닝 미만을 던진 경기는 8경기였다. 3경기 중 1경기는 선발투수의 미덕이기도 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것.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7경기나 됐지만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 당한 경우도 4차례나 됐다.
성적은 더욱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5이닝 이상 던진 경기에서는 8승 3패 평균자책점 2.59를, 5이닝 미만 경기에서는 6패 평균자책점 11.17을 기록했다. 승패로 나누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승리투수가 된 8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52에 불과했던 반면 선발로 나서 패전투수가 된 9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8.41까지 치솟았다.
물론 5이닝 이상, 승리투수가 됐을 경우에 그 선수의 성적이 더 좋은 것은 모든 선수가 같다. 하지만 장원준의 경우에는 호투와 부진의 차이가 다른 선수보다 더욱 심했다. 장원준은 2007년 8월 15일 경기에서 8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다음 등판인 8월 21일 경기에서 2⅓이닝동안 7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 '⅔이닝 4실점' 2008년 4월 23일, 그날 이후...올시즌 초반도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다. 장원준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2일 SK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삼성전 5이닝 4실점 승리 이후 4월 15일 두산전 1⅓이닝 7실점(4자책)하며 지난 몇 년간의 안좋은 점을 답습하는 듯 했다.
절정은 4월 23일 SK전. 장원준은 1회부터 볼넷을 남발했다. 볼넷 5개를 묶어 결국 밀어내기 2개로 2실점했다. 안타까지 맞으며 실점은 4점으로 늘어났다. ⅔이닝 4실점(3자책). 평소 선발투수를 최대한 믿어주기로 유명한 로이스터 감독은 거침없이 장원준의 공을 빼앗았다.
경기 종료 후 장원준에 대한 태도도 단호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계속 그런 식이라면 받아줄 수 없다.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던가. 그날 이후 장원준은 새로운, 그리고 더욱 강해진 장원준으로 거듭났다. 다음 등판이었던 4월 29일 LG전에서 7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장원준은 이후 승리투수가 될 때는 더욱 뛰어난 투구로, 패전투수가 될 경우에도 예전과 같은 조기강판은 없었다. 4월 23일 두산전 이후 장원준이 가장 짧게 던진 이닝은 6월 12일 두산전에서 기록한 4⅓이닝이다.
장원준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는 엉망으로 던지고 난 뒤 자책을 많이 했다. 짜증도 많이 냈고. 위기에서도 쉽게 무너졌다. 이제는 '안타를 맞으면 맞는 거고, 점수를 내주면 내려가는 거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편안한 마음가짐과 함께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하는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의 주문도 장원준의 변화에 한 몫했다.
'달라진' 장원준은 성적에 그대로 나타난다. 올시즌 장원준이 승리한 10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1.86. 지난해 승리시 기록한 1.52보다도 안좋은 기록이다. 올시즌 발전된 부분이 패전투수가 됐을 때의 성적. 지난 해 8.41이란 평균자책점이 올시즌에는 5.57로 떨어졌다.
장원준이 '생각의 변화'란 무기를 앞세워 더욱 무서운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나이는 24살이다.
[2004년 데뷔 이후 첫 10승 투수 반열에 오른 롯데 장원준. 사진=마이데일리 DB]
(고동현 객원기자 kodori@mydaily.co.kr)